전통시장과 대형 플랫폼의 경쟁 구도: 공존이 가능할까?

⚔️ 1. 대형 플랫폼의 확장과 지역 상권의 위기 — 디지털 독점의 현실

최근 10년간 국내 유통 시장은 급속히 디지털 플랫폼 중심 구조로 재편되었다.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SSG.com 등 대형 플랫폼들은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군, 간편 결제 시스템을 앞세워 소비자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이와 동시에, 지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단순한 판매 경쟁을 넘어, 지역 상권 자체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소비자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그 편리함이 지역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디지털 독점은 결국 지역 내 자생적 유통 구조를 붕괴시키고, 중소 상인의 생계 기반을 위협하게 된다. 이 흐름 속에서 전통시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 2. 전통시장의 경쟁력 재정의 — 로컬 경험과 인간 중심 유통의 가치

그러나 대형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전통시장만의 고유한 경쟁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경험’과 ‘사람’의 가치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적인 정서와 공동체적 유대가 살아 있는 곳이다. 상인과 소비자의 대화, 시식, 흥정, 손맛 등은 플랫폼에서 절대 재현할 수 없는 요소다.

또한, 지역 농산물과 수공예품, 소규모 맞춤형 생산품, 직접 제조된 식음료는 대형 플랫폼이 다루기 어려운 품목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지속가능성, 로컬 소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에서, 전통시장은 다시금 ‘특별한 소비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 경쟁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그 점에서 전통시장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 3. 경쟁 아닌 공존을 위한 조건 — 플랫폼 연계와 상생 전략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공존을 위한 구조 설계다. 플랫폼과 전통시장은 서로 다른 속성과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만 연결된다면 상생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와 스타트업에서는 전통시장 상인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프로젝트, 디지털 교육 지원, 지역 기반 커머스 연계 등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제로배달유니온’을 통해 수수료 없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시장 상품을 정기배송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런 방식은 대형 플랫폼의 장점인 접근성과 효율성을 활용하면서도, 전통시장의 상품과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공존은 단지 함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조정하며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플랫폼과 시장이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지속 가능한 상권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 4. 시장의 자생력 강화가 먼저다 — 디지털 전환을 통한 내부 혁신

플랫폼과의 공존이 가능하려면, 전통시장 스스로도 내부 혁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공존은 강자의 배려가 아닌, 약자의 준비에서 출발해야 지속될 수 있다. 전통시장은 이제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닌,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자생적 경제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과 상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다. 앞서 언급한 POS 시스템, 간편 결제, SNS 홍보, 온라인 배송 시스템 도입 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또한, 상인 간 협업을 통한 공동 마케팅, 브랜드화 전략, 청년 상인 유입 등을 통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경쟁이 무조건적인 위협이 아닌,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 대응할 때, 전통시장은 플랫폼과의 공존을 넘어 새로운 경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

 

✅ 마무리

전통시장과 대형 플랫폼의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가 가진 강점을 인정하고, 상호 보완적인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공존이 가능하다. 핵심은 전통시장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변화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전통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잔재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미래형 상권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