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산 투입 구조 분석: 중기부·지자체의 역할과 배분 구조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예산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주관으로 집행되며, 그 외에도 지자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일부 민간 협력 기업이 참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예산은 매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 편성되며, 이 중 디지털 관련 항목에는 ▲디지털 전통시장 시범사업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온라인 판로 지원 ▲디지털 교육 및 컨설팅 등이 포함된다. 2024년 기준,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예산은 약 6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점점 증가 추세다.
이 예산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어 집행된다. 첫 번째는 지자체 직접 보조금 형태, 두 번째는 시장 단위 공모사업 방식이다. 공모사업 방식의 경우, 전통시장 또는 상인회가 직접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선정될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매칭 펀드 형태로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행정 서류 부담이 높고, 신청 요건이 까다로워 디지털화 의지가 있는 소규모 시장이 오히려 소외되기도 한다. 따라서 예산이 실제 현장에 도달하기까지 복잡한 행정 절차와 필터링을 거치게 되며, 이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2️⃣ 현장 집행의 현실: 하드웨어 중심 지원과 저활용 문제
전통시장에 집행되는 디지털 전환 예산은 대부분 하드웨어 중심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무인 결제 키오스크 설치, CCTV 구축, 공공 와이파이 설치, 디지털 사이니지(전자 홍보판) 도입, 스마트 스탬프 시스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설비는 외관상 변화가 눈에 띄며, 정부 입장에서도 성과 지표로 삼기 쉬운 항목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다소 냉담한 편이다. 설비가 설치됐지만 정작 사용하는 상인은 적고, 활용률이 극히 낮은 경우가 많다. 이유는 명확하다. 고령의 상인들이 디지털 장비를 익숙하게 다루지 못하고, 기계 오작동이나 고장 시 대응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설치 이후 지속적인 유지보수 예산이 부족해, 초기에는 반짝 효과를 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되는 장비들이 늘고 있다. 결국 하드웨어 중심의 예산 집행은 '있는 듯 없는' 디지털 전환을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3️⃣ 교육·운영 인력의 부족: 소프트웨어 예산 배정의 한계
디지털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 즉 운영과 교육이다. 하지만 예산 배분 구조상 운영 인력과 교육 프로그램에 할당되는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예산의 70% 이상이 설비 구축에 투입되고, 정작 이를 사용할 주체인 상인을 위한 실질적인 역량 강화 예산은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한 시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되었지만, 상인들은 어떻게 켜고 끄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담당 인력은 대부분 비상근이며, 지속적인 현장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청년 디지털 인턴을 파견해 일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단기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인 지속성이 부족하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실습보다는 이론 중심 강의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활용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운영 주체 부재, 반복 교육 시스템 부족, 사용자 친화적 컨설팅 부재 등은 예산이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궁극적으로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는 ‘기계를 얼마나 설치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상인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느냐로 평가되어야 한다.
4️⃣ 예산 효율성 제고 방안: 참여형 설계와 통합 운영 체계 필요
디지털 전환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맞춤형 설계와 상인 참여 기반의 예산 배분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장마다 특성과 수요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정해놓은 표준화된 예산 항목만을 적용하는 것은 현장과의 괴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 단계부터 상인회 및 시장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는 참여형 설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디지털 전담 인력의 상시 배치와, 유지·보수까지 포함된 패키지형 사업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 설치보다는 ▲초기 교육 ▲사용 매뉴얼 제작 ▲현장 대응 체계 구축 ▲유지보수 전담 인력 확보까지 아우르는 통합 운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 간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온라인 전통시장 플랫폼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도 예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예산 집행의 성과 평가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설치 수’, ‘참여 시장 수’ 등 정량 지표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출 상승, 상인 만족도, 소비자 재방문율 등 정성 지표 중심의 실효성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시장 모두에게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이기도 하다.
✅ 마무리 요약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 현장 활용 미비, 운영 인력 부족, 성과 평가 방식의 한계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이 아닌, 효율적으로 잘 쓰는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의 정책은 ‘더 많이’보다 ‘더 잘’의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상인 중심의 설계와 현장 밀착형 운영을 통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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